그래도 나는 먹었다  - 먹어야 산다




속이 상하다 못해 피부와 머릿결까지 상해버린 그런 나날들이었다.
잠에서 깨 의식이 돌아와도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렇게 나는 침대 위를 뭉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거부했다.

밥알을 씹어 넘기는 것 조차 귀찮아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를 않았더랬다.
그저 그런 안주에 소주를 계속 마셨다.
이 정도면 힘들만 하니까. 라는 핑계로 성실한 일과를 저버리는 것에 대한 일말의 자책감 없이 마음껏 흐트러질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 괴로움이 바닥을 친 뒤에는 체념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먹었다.








대낮부터 홍대 초마에 가서 백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다.





문샤인에 가서 치즈에 와인도 홀짝거리고...







그랜드하얏트에 가서 달팽이요리도 먹고 안심스테이크도 먹었다.






예전에 언젠가 정말 별로였다고 포스팅한 적 있는 함박식당에 가서
베이컨을 곁들인 꼰따 함박도 먹었다.
 기분 탓인가, 이 날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님 이 곳 주방에 노하우가 생긴건가..
그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느끼면서 꽤 만족하며 먹었다.

이런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즐기진 않지만 그래, 가끔은 이런것도 필요한 것이다.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의 도란도란한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덩달아 괜찮아지길 바라는 것이지.





그리고.. 합정 한성문고에서 서울라면도 먹었다!

기존에 먹던 메뉴가 있으면 그것만 시키는 나로서는 인라멘을 시켰어야 맞지만
한성문고에서는 응당 서울라면을 먹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뭣보다 그 정성들인 메뉴판을 읽어 보면.. 서울라면을 외면하기 힘들어진다. ← ?

양도 꽤 많고...  맛은 있지만, 역시 다음부터는 그냥 다시 인라멘을 먹을 것 같다.
면발이 탱글탱글하거나 두꺼운 것보다는 차라리 푹 퍼진 쪽.. 얇은 것을 좋아해서.
씹는데 수고가 덜 들어가는 편이 낫다구요 나는.






이태원 비트윈에 가서 바에 앉아 시원한 모히토도 마시고,





새마을식당 feel나는 달수다에서 팥빙수도 먹었다.

2cm 정도 도포되어있는 우유빙수를 걷어내면 그 안엔 아무 맛은 안나지만 매우 곱게 간 얼음 형님이
 마치 수면 아래 빙산과 같은 육중함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다.
왠지 속았다 라는 생각도 들고 웃음이 났던.
팥이 그닥 맛없어서 안 먹고 가만히 놔두고 있었는데.. 거기엔 팥을 곁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만년만에 방문한 델문도...
식사시간이 되면 풍기는 카레 냄새도 그대로이고,
여길 가면 나오키상의 태국여행기를 정독하면서 킥킥대던 이십대 초반 당시의 내가 떠오른다.
그 까아만 홈페이지 화면이 지금도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레모네이드가 아닌 뇌리에 남을 만한 아이스 진저밀크를 마셨는데,
천천히 마시다보니 나중에는 우유의 비릿한 맛이 느껴져서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나는 몸이 차니까 까페를 가더라도 저런 것으로 골라서 마셔야 옳지. 응.

 

그렇게 나는 먹었다.





덧글

  • 2013/07/04 03: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6 00: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날아오른다 2013/07/04 04:29 # 삭제 답글

    세츠님의 까아만 홈페이지와 배경음악들도 저에겐 추억이랍니다..
  • 세츠 2013/07/06 00:20 #

    ^ ^.. 감사한 이야기네요. 또 들러주세요.
  • 라쿤J 2013/07/06 00:40 # 답글

    델문도...저에게도 저곳에서의 추억이 있네요...
  • 세츠 2013/07/06 00:19 #

    네 저도 저런 것 외에도 추억이 많네요.
    으음 더 이상 추억에 사로잡혀 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는 정말 아무런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라쿤J 2013/07/06 00:40 #

    네. 과거는 정말 아무런 힘이 없죠. 그냥 지나갔구나 그때 그랬구나 하고 떠올릴 뿐이지.

    그래도 델문도가서 다시 카레 먹고 싶긴 해요.ㅋ_ㅋ
  • 2013/07/04 07: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5 23: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7/06 00: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7/04 08: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5 23: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삼별초 2013/07/04 09:04 # 답글

    아침부터 배고프네요 ㅠ
  • 세츠 2013/07/06 00:18 #

    저는 아침엔 입맛이 정말 없고 밤 11시가 되면..
    밤11시에 먹는것으로 다음날 밤11시까지 버틸 수 있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 헬신 2013/07/04 10:09 # 삭제 답글

    RESPECT POWER OF MUSIC도 아른거리네요..
    좋은 노래는 하루종일 무한재생 시켜놨었는데..
  • 세츠 2013/07/05 23:37 #

    그렇군요 어느새 제가 알던 제가 많이 사라진 기분이네요.
    더 이상, 평소에는 노래를 잘 듣지 않아요.
    가끔 몰아서 듣는다랄까. 같은 노래들만..
  • 핑크히카 2013/07/04 10:28 # 답글

    먹어야 사니깐요. 힘들어도 잘 챙겨드시길..
    델문도는 슈퍼 레몬에이드를 제일 좋아하는데(밀크티가 없어졌으니!ㅠㅠ)
    아이스 진저밀크도 괜찮아 보이네요.
  • 세츠 2013/07/06 00:25 #

    맞아요. 먹어야 산다.
    이 카테고리명을 지을 때는 참 별 생각없이 단박에 호쾌하게 지었는데.
    이 포스팅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먹어야 산다.
  • 2013/07/04 10: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5 23: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늄늄시아 2013/07/04 11:40 # 답글

    으.. 위꼴테러...

    배가 고프군요. OTL
  • 세츠 2013/07/06 00:18 #

    하루 삼시세끼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한끼도 겨우 먹는 것 같아서요-ㅅ-;
  • - 2013/07/04 12:01 # 삭제 답글

    함박식당이 맛있어진건지 스트레스 받으면
    설탕 + 기름+ 소금 조합이 더 맛있는 건지는 알수가 없죠 ㅎㅎ
    설탕 + 기름 +소금이 뇌에서 마약 보다 더 센 효과를 일으킨대요 ㅋ
  • 2013/07/04 13:4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세츠 2013/07/05 23:31 #

    어학원은 스피킹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매일매일 하는게 중요한 것 같네요..
    네 냉면도 먹고 빙수도 먹고 그래야겠습니다 ㅎㅎ
  • 2013/07/04 21:1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세츠 2013/07/05 23:30 #

    네. 한 3일 정도 걸쳐서 먹은 것들입니다. ㅎㅎㅎ
    네. 그냥 내버려뒀더니 괜찮아지네요... ㅎㅎㅎ
    감사해요.
  • 2013/07/06 21: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6 21:4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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